요즘 아이들이 말을 늦게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차일 수 있지만, 환경적 요인이나 발달 지연, 언어 자극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어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말이 늦은 아기를 둔 부모님이라면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와 대응 방법을 이 글에서 확인해 보세요.
요즘 아이는 왜 말을 늦게 할까?
과거에 비해 ‘말이 늦은 아이’에 대한 상담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소아정신과, 소아언어센터 등에서는 특히 18개월~36개월 유아의 언어지연 문의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부모들은 “다른 건 잘하는데 말이 늦어요”, “또래에 비해 문장을 못 만들어요”라며 걱정을 털어놓습니다.
그렇다면 왜 요즘 아이들은 말을 늦게 시작할까요?
1. 디지털 환경의 영향
스마트폰, TV,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일방향적인 정보 전달에 그치며, 아이가 능동적으로 말을 해볼 기회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영상에서 나오는 말은 듣고 흘러가며, 아이의 표현 욕구를 자극하지 못합니다.
2. 양육 환경의 변화
맞벌이 가정 증가, 조부모 육아, 어린이집 조기 입소 등으로 인해 엄마-아기 간의 일대일 언어 자극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이는 말을 배울 때 반복적인 단어 노출과 반응, 표정, 억양을 통해 언어를 흡수하는데, 이런 상호작용의 부족은 자연스레 언어 발달의 속도를 늦춥니다.
3. 코로나19 이후 사회성 결핍
2020년 이후 장기간의 거리 두기와 외부 활동 제한으로 인해 또래와의 상호작용 기회가 줄었습니다. 유아기에는 친구들과 놀이를 하며 배우는 단어, 감정 표현, 의사소통 방식이 많기 때문에 이 시기의 사회성 단절은 말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4. 개별 발달 차이 & 기질적 요인
아이마다 발달 속도는 다릅니다. 특히 첫째 아이, 남자아이, 조용한 기질의 아이는 언어 발달이 조금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조금 느림’과 ‘지연’의 경계는 전문가의 평가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발달 기준으로 보는 말 늦은 아기의 신호
유아의 언어 발달은 연령별로 대략적인 기준이 존재하며, 이 기준에서 6개월 이상 차이 가 난다면 전문가 상담이 권장됩니다. 아래는 소아언어치료사와 소아정신과에서 자주 사용하는 체크포인트입니다.
▶ 12개월 전후
- 옹알이와 의미 있는 소리를 낸다
- ‘엄마’, ‘아빠’ 같은 단어를 말한다
- 소리를 들으면 고개를 돌린다
- 손짓(가리키기, 손 흔들기)으로 의사 표현을 한다
▶ 18개월 전후
- 10~20개 단어를 말할 수 있다
- 질문에 반응하고 간단한 지시를 따른다 (“공 가져와”)
- 사물을 보고 이름을 말하거나 가리킬 수 있다
▶ 24개월 전후
- 50개 이상의 단어를 말할 수 있다
- 두 단어 문장을 사용한다 (“물 줘”, “엄마 안아”)
- 새로운 단어를 빠르게 배우며 모방 말이 많아진다
▶ 30~36개월
- 간단한 문장으로 말한다 (“아빠 회사 갔어”)
- ‘왜’, ‘어디’ 등의 질문에 대답한다
- 또래 아이들과 의사소통하며 놀이를 한다
이런 경우라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 15개월이 넘었는데 아무 단어도 말하지 못한다
- 2세가 넘었는데 단어 수가 10개 미만이다
- 눈을 잘 마주치지 않고, 대화에 반응하지 않는다
- 또래보다 말을 아예 하지 않거나 문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 울거나 손짓으로만 요구를 표현한다
- 말은 하지만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단어만 사용한다
이러한 지표가 지속될 경우에는 단순 지연이 아닌 발달적 문제일 수 있으므로, 소아언어클리닉 또는 발달센터에서 전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정에서 실천 가능한 언어 발달 홈케어 방법
아이가 아직 진단이나 치료까지는 필요하지 않더라도, 가정 내 언어 자극 강화만으로도 말이 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1.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말하기
부모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얼굴을 보고 말하면, 아이는 입 모양, 억양, 표정을 보며 언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2. 묘사형 언어 사용하기
“이거 뭐야?” 대신 “노란 공이네, 동글동글 굴러간다~”와 같이 상황을 설명해 주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3. 매일 그림책 읽기
그림책은 유아 언어 발달의 핵심 도구입니다. 반복해서 읽어주고, 아이가 책을 가리킬 때 함께 단어를 말해주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4. 놀이 중심 대화 시도
역할놀이, 장난감 놀이, 블록 쌓기 등의 활동 중에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단어를 연결시켜 줍니다.
5. 디지털 기기 최소화
영상 콘텐츠는 하루 30분 이내, 부모와 함께 시청하며 대화로 연결하는 방식으로만 허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6. 또래와의 상호작용 늘리기
놀이터, 키즈카페, 어린이 모임 등에서 또래 아이와 어울릴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세요.
말 늦은 아이, 치료는 언제 시작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전문기관의 조기 개입이 권장됩니다:
- 2세가 지나도 단어 수가 10개 이하
- 문장 생성이 늦고, 질문에 거의 반응하지 않음
- 상호작용 회피나 눈 맞춤 부족이 동반됨
- 자폐스펙트럼, 청각 이상 등의 의심 징후
- 6개월 이상 언어 발달이 정체되어 있음
전문 치료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빠른 개입은 아이의 두뇌가 가장 유연할 때 진행되어 효과가 높고, 치료 기간도 단축될 수 있습니다.
결론
요즘 아이들이 말을 늦게 시작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변화, 언어 자극 부족, 상호작용 감소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말이 느리다고 해서 곧 문제 아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신호를 무시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 적절한 대응, 필요시 전문가 상담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발달 속도를 존중하면서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기다려주는 부모의 자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