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속으로 삼키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특히 유아기에는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발달하는 중이라, 부모가 보기엔 ‘말이 없는 아이’ 혹은 ‘무뚝뚝한 아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아이의 사회성, 정서 발달, 자존감에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글에서는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를 돕기 위한 부모의 코칭 방법과 구체적인 대화 예시,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1. 감정 표현이 서툰 이유부터 이해하자
아이마다 감정 표현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첫째는 성격적인 차이입니다. 본래 내향적인 기질을 가진 아이들은 감정 표현 자체를 조심스럽게 하거나, 속으로 느끼는 것을 외부로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 타고난 성향에 따른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둘째는 발달 과정상의 특성입니다. 유아기는 감정을 인식하고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서서히 발달하는 시기로,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속상할 때 울거나 화를 내는 행동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른의 기준으로 “왜 말을 안 해?”, “네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라고 요구하면, 오히려 아이는 더 위축되고 감정을 억누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성향을 먼저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조금씩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아이를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2. 감정 표현을 돕는 부모의 기본 태도와 대화 방법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일수록, 부모가 먼저 감정을 읽어주고 말로 표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잃어버려 속상해하는데 말을 하지 않는다면, “속상해서 말하기 힘들었구나”라고 말해보세요. 이처럼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서 감정을 추측하고 말로 대신해 주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반복될수록 아이는 ‘아, 이게 속상한 거구나’ 하고 스스로 감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왜 말을 안 해?”, “솔직하게 말해봐”라는 식으로 다그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아이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기다려주는 태도로, 아이가 말을 꺼낼 때까지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네가 말하고 싶을 때 언제든 말해도 돼. 엄마는 기다릴게”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했을 때는 반드시 그 감정을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속상했구나”, “그럴 때는 누구나 화가 날 수 있어” 이런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내 감정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신뢰를 만들어줍니다. 공감은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마음을 키우는 원동력이 됩니다.
“왜 그랬어?”, “어떻게 된 거야?”라고 질문하는 대신, “그때 네가 많이 놀랐을 것 같아”와 같이 감정을 나누는 표현을 해보세요. 질문은 때로는 아이를 압박하게 되고, 감정 나누기는 아이를 편안하게 만듭니다. 아이와 감정을 함께 느끼고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감정 표현을 키워주는 일상 속 실천법
감정 카드란 기쁨, 슬픔, 화남, 놀람 등의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나타낸 그림 카드를 말합니다. 아이와 함께 감정 카드를 보면서 “이 표정은 어떤 기분일까?”, “오늘 하루 중 어떤 기분이 있었을까?”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글을 쓰기 어려운 유아라면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전 “오늘은 어떤 기분이었어?”라고 간단히 물어보세요. 부모가 먼저 “나는 오늘 이런 일이 있어서 기뻤어”라고 말해주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화가 쌓이면 아이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익숙해집니다.
감정을 다루는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 “화가 나!” (모 윌렘스), “마음아 안녕” (글렌다 비어드쇼) 같은 책은 아이가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책 속의 등장인물과 감정을 연결 지으며 “이 친구는 왜 화가 났을까?”,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이야기해 보세요.
부모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는 오늘 조금 피곤해서 짜증이 났어. 그래서 목소리가 커졌네. 미안해” 이런 모습은 아이에게 감정 표현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려주고, 감정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본보기가 됩니다.
감정 표현, 기다림과 공감으로 키우는 힘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를 돕는 일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과정입니다. 아이에게 “왜 말을 못 해?”라고 다그치기보다, “그럴 수도 있어, 천천히 말해도 돼”라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부모가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시간이 쌓일수록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 표현은 ‘훈련’이 아니라 ‘함께하는 경험’이라는 점입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웃고, 함께 속상해하고, 함께 기뻐하는 시간 속에서 아이의 감정 표현 능력은 자연스럽게 자라납니다.
오늘 하루, 아이의 작은 표정과 행동에 한 번 더 마음을 기울여보세요. 그 관심이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응원과 위로가 될 것입니다.